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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했더라면.

달시리 2018.11.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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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기간이다.
분기별로 한번씩 오는 기간이라 이젠 그러려니 받아들이려 하지만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면의 질은 삶의 질까지 영향을 주기에,
잠을 못잔 영향은 내 일상을 흔들고 몸과 정신을 계속 흐트러 놓는다.
극심한 미세먼지까지 겹쳐 그야말로 삶의 질이 뚝뚝 떨어지는 요즘, 삶 전체가 불행으로 치닫고 있다.

지속되는 불면의 나날들로 인해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전과는 다른 패턴의(정상적인 생활을 했을 때의) 심장 박동 변화가 또렷이 느껴진다.
기분 좋은 자극에 의한 박동이 아닌, 가만 있어도 꿀렁이는 듯한 심장의 두근거림이 불쾌하다. 건강염려증을 달고 사는 나에게 이 두근거림은 굉장히 두려운 신호일 수 밖에 없다.
이러다 갑자기 깨꼬닥 죽어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이 못드는 현실을 도피하고자 이런 저런 책을 읽다 한 작품이 떠올랐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신간 소식이 없는 작품이었다. 왜 안 나오지, 혹시 발간 되었지만 나만 모르나 하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웹서핑을 해 보았는데,(한국에 정발되는 작품이 아니기에) 신간이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한 예상치 못한  소식,
작가의 부고였다.

정말 재능있는 젊은 작가였다. 천재란건 이런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구나 생각했던, 많은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의 작가였다.
나 역시 많은 영감을 받은 작가였기에 더이상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것과, 지금 내 방에 있는 저 책이 이 작가의 유작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었다.
방금 전까지 잠 못자 이러다 죽네 마네. 했는데, 누군가에겐 죽음은 정말 현실이었다. 죽음을 가볍게 내뱉은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육신의 시간이 다 했을 뿐,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 고대인들에게 죽음은 정말 두렵지 않은 일이었을까.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자 축제가 되는 시대에 살지 못한 나는 죽음이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없게 하는 그저 두려움의 존재다.
내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나의 죽음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죽음, 그 후 그런 감정을 겪는것이 너무나 버겁다. 오래전부터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종교를 가져본 적은 없지만 영혼의 존재나 윤회, 수 많은 철학자들의 말들, 그런것들이 죽음 앞에선 많은 위안이 된다. 비록 육신은 사라지지만 의식의 존재만으로 죽음이 끝이 아니게 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할때, 이런 생각이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검색해 보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좋아하지 않았거나 아님 내가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았더라면,
난 오늘 밤 이 작가의 부고를 알지 못했을 것이고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됐겠지.
그의 지난 작품을 펼쳐본다.
며칠째 이어진 불면으로 인해 눈이 무겁고 너무나 피곤하지만 몇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몇년 전에도, 마감 땜에 졸린 눈을 비비던 그때의 새벽에도 몇번이고 읽었던 작품이었다.
지나간 날들의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난다.
그때도 지금도, 그의 작품을 보며 위로 받는 밤이 지나간다.
그리고 변함없이 아침해가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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